'칼로리 0’,‘무설탕’, ‘무염’…. 식품의 각종 영양표기를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식품을 살 때 이런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식품업체들은 불리한 것(지방·나트륨·콜레스테롤·설탕 등)은 되도록 감추고, 유리한 것(비타민·미네랄·단백질 등)은 전면에 내세우고 싶어한다. 이들이 표기해놓은 문구가 과연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이것만 잘 이해해도 ‘식요치병(食療治病)’의 첫 단추는 채운 셈이다. 


◆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 동네 수퍼에서 포장 돈가스를 산다고 치자. 제품에 쓰인 영양 표시를 읽을 때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열량.탄수화물.지방 함량 등 각종 수치의 기준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개는 100g(액체 식품의 경우 100㎖), 1회 분량(한번에 먹는 양, 1인분.1식 분량으로도 표기), 한 포장(봉지) 중 하나가 기준이다. 


여기서 포장 돈가스의 100g당(기준) 탄수화물 함량을 20g이라고 가정한 뒤 퀴즈 하나를 풀어보자. 한번에 먹는 분량이 50g이라면 탄수화물 함량은 얼마일까. 답은 10g. 만일 한 봉지에 300g이 들어 있으면 1인분의 탄수화물 함량은 60g이 된다. 이처럼 무엇이 기준이냐에 따라 표시된 탄수화물 함량은 크게 차이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박혜경 영양평가과장은 1회(한번에 먹는) 분량은 얼마나 되는지, 한 포장 안에 몇 회 분량이 들어 있는지, 실제 얼마나 먹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얼마나 먹느냐가 중요 = '저열량(칼로리)'이나 '무열량'식품은 다이어트 하는 사람에게 인기다. 이런 표시를 하려면 식품 100g당 열량이 40㎉ 미만(저열량)이거나 4㎉ 미만(무열량)이어야 한다. 그러나 저열량이라고 해서 양껏 먹는 것은 곤란하다. 100㎖당 열량이 15㎉인 저열량 음료 한병(500㎖ 짜리)을 마시면 75㎉를 섭취하게 된다. 이에 비해 100㎖당 30㎉의 열량을 내는 일반 음료 작은 병(200㎖ 짜리)을 마시면 60㎉를 얻는데 그친다. 또 식품 표시에서 '0'이나 '무'는 완전한 무(無)를 뜻하지 않는다. '거의 없다'쯤으로 보면 된다. 



◆ '% 영양소 기준치' = 포장 돈가스의 1회 분량당 지방 함량이 12g이라고 가정하자. 이 정보는 소비자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 이보다는 지방 함량의 오른쪽(보통 괄호안)에 제시된 '% 영양소 기준치'(해당 영양소 기준치에 대한 비율)를 보자. 


지방의 하루 섭취 기준치가 50g이므로 이 포장 돈가스의 '% 영양소 기준치'는 24%(12/50×100)다. 이는 포장 돈가스 1회 분량을 먹음으로써 하루 섭취할 지방량의 24%가 채워진다는 의미다. 


◆ 혼동하기 쉬운 표시 = 염분(나트륨).설탕.지방.콜레스테롤.포화지방 앞의 '비.저.무' 등의 표기는 소비자를 자주 혼란에 빠뜨린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비유지방, 비동물성 지방, 콜레스테롤 무함유 같은 표시는 유지방, 동물성 지방,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지 지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식물성 지방도 동물성 지방과 마찬가지로 1g당 9㎉의 열량을 낸다. 또 '무염'은 단지 소금이 없다는 뜻이다. 무염이라고 해도 나트륨 함량은 높을 수 있다. 무염 간장에 나트륨이 많이 든 것이 좋은 예다. 실제 혈압을 올리는 성분은 바로 나트륨이다. 나트륨 함량이 표시돼 있는 경우 여기에 2.54를 곱하면 소금 함량이다. 이밖에 '무설탕' 표시가 붙었어도 실제론 열량이 꽤 높은 경우가 많으므로 당뇨 환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